퍼붓는 빗속에서 이사를 하는 손 없는 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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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예보가 그것도 적은 비가 아닌 장마급 빗속에서 이사를 한 지인이 있습니다.

평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런 잡기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꼬인 일을 풀기 위해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 일도 없었습니다.

자기주관이 뚜렷해서 어디 하나 흔들림 없이 소신껏 생활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사만큼은 손 없는 날을 잡아 이사하더군요.

정말 의외였습니다.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씩 나누기도 했는데 그런 면모가 있을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손 없는 날에서 손은 귀신을 가리킵니다.

이 귀신이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합니다.

다행히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죠.

그래서 닥쳐봐야 아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미리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귀신이 초하루와 이튿날에는 동쪽으로 가고 사흗날과 나흗날에는 남쪽,

다샛날과 엿샛날에는 서쪽, 이렛날과 여드렛날에는 북쪽으로 갑니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귀신도 힘들죠.

충전하면서 꼼짝하지 않는 날이 9, 10일입니다.

9, 10, 19, 20, 29, 30일이 귀신이 없는, 손이 없는 날입니다.(음력날짜)

옛날부터 이 날짜를 택해서 이사하거나 멀리 떠나는 날을 잡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왜 퍼붓는 비를 맞으면 이사를 꼭 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사람도 분명 철학관에서 이름을 지었을 확률이 높고

좋다는 부적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코로나에 걸리고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것을

왜 아닌 줄 알면서 풍습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걸까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믿고 있다면 찝찝한 마음이 있다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좋다고 믿는 방향으로 해보는 겁니다.


결과를 떠나 나쁘다는 일을 굳이 할 필요 없듯이

하루쯤 비를 맞으며 이사하면 또 어때 하는 생각이죠.

우리 가족에게 좋다는데, 잘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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